가족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모여 어렸을때 먹었던 팥칼국수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팥을 삶고 밀가루반죽을 만들고.
남자들은 당구를 치러나갔다. 시끌벅적 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들었다. 늦어야 될 당구놀이를 일찍 끝내고 돌아왔다. 저녁상을 부리나케 차리고 먹는데 형부는 몸이 안좋다고 한술 뜨더니 방에 드러눕는다. 그리곤 서울병원 응급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좋아하는 당구도 일찍 끝내고 오네라고 상각은 했지만..
비상이다.
작년에 혈액암으로 소장절제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었는데 몇주 전부터 배에 통증이 있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주마다 오고가고 있었다. 다음주 월요일에 펫씨티를 찍기로 예약 되어 있었는데 ...
우리차로 가던지 아님 응급차를 부르자고 했으나 남의 차를 못타는 이유로 언니와 형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올라갔다. 흰죽과 소고기무우국을 끊여 간신히 먹고서~
약을 먹은 이유로 중앙선을 오고 가는 아찔한 곡예운전으로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 동안 전화를 주고 받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딸을 둔 엄마는 안타까워 사위보다는 딸을 더 챙기고 자매들도 언니가 더 걱정스럽다.
응급실에서도 9시간 기다려한단다. ....
엄마는 연신 딸이 복이 없어서.. 액운을 많이 타고나서..
이제 살만하니까..
라며 푸념이다. 사실 언니는 어렸을때부터 맏이라고 가부장이 심했던 가족 서열에서 할머니 급으로 할머니와 겸상을 했고 몸이 자주 아픈 까닭으로 먹는것 입는것 모두 귀하게 여김을 받았었다. 그런데 인생의 여러 실패를 거듭했고 그럴때마다 엄마의 눈물과 한숨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엄마의 절실함이 거친말로 대신했다.
난 그런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언니와 전화를 했다.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같이 아파해주자고~ 형부가 불안증세로 그러는건지 아님 진짜아파서 그러는건지... 그분은 얼마나 힘들겠냐고..
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얼마나 힘들겠어...
몇일지나면 정밀검사를 한다. 아무일 없기를..
있을지라도 잘 이겨내기를 기도한다.

기도합니다. 지켜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