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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소소한동행 2024. 1. 19. 21:07

겨울산을 오른다. 난 겨울산이 참 좋다. 겨울산은 가식이 없다. 자신의 모두를 보여준다.
바람막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엔돌핀을 팍팍 주기도 한다. 오늘도 화이팅을 하며 2시간동안 그를 만났다.
산을...
바람이 불긴했지만 소나무밭을 지나니 향긋한 솔내음이 난다.
엊그제 내린 비로  바닥에 젖어있는 솔잎의 향기가 더 진하다.
더 깊이 들어가니 바람도 없고 인적이 없는 산은  속을 다 들여다 보여 둔다. 멀리 산등성이까지.
노래를 크게 부르니 빵아가 어지간히 재잘대네 하는 말에 침묵의 길을  걷기로 했다. 사각사각 눈이 흘러 녹은 산길은 미끄럽지만 소리가 경쾌하다. 산길에 찍힌 많은 발자국을 보니 남긴자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기도, 한숨, 흐느낌, 미움, 바램, 소망 등의 발자국들...

문득 20여년이 흐른 그날이 생각이 났다. 두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거다. 사업체를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눈코뜰새없이 지냈다. 계절이 지나는데도 아들들의 운동화도 옷도 사줄시간이 모자랐다. 일이 끝나면 저녁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또 다른 강의듣고...
그래서 오늘은 정말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외식도 하고 옷도 사줘야지 큰맘을 먹고 퇴근길에 옷과 운동화를 샀다. 집근처에서 아이들과 치킨을먹고 이웃을 만나 생맥주도 하고..

아침일찍 자동차에 있을 아이들 운동화와 옷가지를 가지러 갔는데 ...
자동차 앞유리는  커다란 돌에 깨져있고 어제산 물건은 모두 없어졌다.
너무나도 황당했다...
그러나 마음은 평온했다. 기도가 나왔다. "주님! 자동차를 돌로친 그 손과 운동화를 신은  그 발로 어렵고 힘든자들을 돕는 사람되게 해주세요."
지금와서 생각해도 그때 내가 자랑스럽다. 원망보다는 축복을 해줄수 있었던 내가...
시간이 흘러 아들들은 잘자라주어 큰아들은 결혼도 해서 손주도 안겨주고 집들도 샀다. 융자는 많이 냈지만..
자신의 일들을 성실히 해내는 아들들에게 감사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