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겨울산을 오른다. 난 겨울산이 참 좋다. 겨울산은 가식이 없다. 자신의 모두를 보여준다. 바람막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엔돌핀을 팍팍 주기도 한다. 오늘도 화이팅을 하며 2시간동안 그를 만났다. 산을... 바람이 불긴했지만 소나무밭을 지나니 향긋한 솔내음이 난다. 엊그제 내린 비로 바닥에 젖어있는 솔잎의 향기가 더 진하다. 더 깊이 들어가니 바람도 없고 인적이 없는 산은 속을 다 들여다 보여 둔다. 멀리 산등성이까지. 노래를 크게 부르니 빵아가 어지간히 재잘대네 하는 말에 침묵의 길을 걷기로 했다. 사각사각 눈이 흘러 녹은 산길은 미끄럽지만 소리가 경쾌하다. 산길에 찍힌 많은 발자국을 보니 남긴자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기도, 한숨, 흐느낌, 미움, 바램, 소망 등의 발자국들... 문득 20여년이 흐른 그날..